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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s

유전자 만능론

 

평생의 번민과 갈등을 시원하게 해결해 준 이론이 유전자 만능론까지는 아니고 유전자 개화론 이었다. 즉 씨앗이 없으면 발화할 수 없다는 그리고 씨앗이 있다고 하더라도 토양이 허락하지 않으면 싹을 피울 수 없다는 기본 설명은 거의 음식의 만능 간장 같은 것이었다.

그 전제를 참이라고 인정하니 완전 내 삶의 등대 같은 컴컴한 바다의 이정표로 등극을 하였다. 난 더 이상 헷갈리는 오만 잡다한 주변의 나침반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어리석은? 집착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

착잡하게 무능에 빠질 때도 바로 기분을 환기시켜 주었고 실현 불가능한 수많은 일들은 토양이 다른 것이라는 설명이 자존감을 유지시켰다. 이러한 훈련의 몇 순배 돌아가자 더 이상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불편함을, 현재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불만감을, 해결되지 않는 특정 이유를 찾아서 치유하려는 노력에서 완전하게 해방되었다.

그 뒤로 스스로를 자유롭게 바라보는 기준도 생겼으며 더 이상 감정을 자신에게 투영하여 의도적인 최면을 거는 일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변화하는 내 외적인 신체의 영향도 전혀 무시할 수 없는 변수였지만 뭔가 합일이 되어가는 심증적 자각을 경험했다. 즉 철이 들어가는 것이고 현명해지는 것 같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라 이러한 내용을 나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으나 워낙 개. 취.라는 영역을 벗어나기 힘든 현실적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꼬리를 내리고 앉아서 '그럼 도를 도라고 부르면 도가 아니지' 딱 들어맞는 구절까지 머리맡에 부쳐 두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런 문구가 곧 사라질 것이지만 한 단어로 정리된 나의 인생 문장이 회자된다는 상황에 살짝 고무가 된다. 허허.

피에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입만 벌리자는 의사는 절대 아님. 다만 욕망의 참 범위를 인지하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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